[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함량’이라 함은 한 물질에 다른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분량 또는 정도를 뜻한다. 그런데 함량이라는 단어에 미달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원래 있어야 할 성분이나 분량이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작금의 정치권이 딱 함량미달이다.

함량미달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우습게 생각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푸줏간의 돼지고기를 팔 때도 함량미달인 채로 근수를 속여 팔게 되면 형사처분을 받게 된다. 하물며 함량미달의 대통령을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팔았다면 새누리당도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일부 새누리당 특히 친박이라고 하는 정치인들이 끝까지 함량미달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속인 것은 아니다. 속은 너희들이 바보다”라며 국민들을 우롱할 경우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매주 토요일 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우는 국민들의 분노는 보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작금의 사태를 직시해보면 국민들의 분노는 범죄에 대한 분노이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쥐고 있겠다는 것에 대한 분노이다. 그리고 친박이라는 정치세력이 범죄를 옹호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바로 광장에서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나오게 만들었다. 이것을 직시하지 못하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다.

앞으로 정치를 시작하거나 시작할 예정이 있는 사람 특히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이 되고자 하는 정치집단은 범죄자와 공동정범의 의혹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친박세력과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마저 새누리당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것이다. 대통령 출마를 고민하는 사람이 명명백백히 범죄자를 옹호하고 동정범의 의혹이 있는 집단과 손을 잡고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만에 하나 친박과 손을 잡고 정권창출에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의 분노는 범죄자들과 손을 잡았다는 것에 대해 용서를 하지는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미 명예로운 퇴진은 사라진지 오래이며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골든타임은 앞으로 존재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형사적 처분문제와 정치적 결단이 모두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명예란 없다. 오직단죄만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에 대한 범죄를 감추거나 처분을 늦추기 위한 정치적 행위를 실행한다면 청와대는 바스티유가 될 확률이 높아져 가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일어나 청와대로 향하는 그런 끔찍한 한국판 바스티유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새누리당은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야 하며 일부 친박세력은 대통령과 함께 정치권에서 영원히 퇴진해야 한다. 그것이 위선의 입으로 늘 떠들어 왔던 “한국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일이다.
저작권자 © 경인종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