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수원시는 경기도 산하 기초자치 단체 중 인구수가 120만이 넘는 메가시티급 기초자치단체다. 시장은 현재 재선에 성공한 염태영 시장이다. 염태영 시장의 하루일정을 보면 빨리 시작할 경우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조찬모임이 있고 간혹 점심을 거르면서 이동해야 할 경우도 종종 있다. 점심까지 거르면서 챙겨야 할 만큼 생각하고 결정해야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지난 11월 11일 염 시장의 하루 일정을 보면 오전 시청사에서의 업무협의를 9시까지 하고 10시 로컬푸드 직매장, 11시10분 학생씨름대회, 11시 30분 김장 나눔행사, 오후 2시 쌀 전달식, 팔달 및 광교 노인대학 졸업식, 2시30분 문화예술단체 면담, 3시 정신건강 보건센터, 오후 4시 민원인 면담, 오후 5시 주요 업무보고 결재로 이어졌으며 이후 일정도 시정과 관계된 일정으로 꽉 찼다.

염 시장뿐만 아니라 대개의 단체장 일정은 살인적이다. 오죽하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다 지쳐 기자회견장에서 쓰러지기 까지 했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아는 일부 기자들은 “단체장 아무나 하나, 사람 사는 것이 아니야”라며 단체장들의 살인적 일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어느 언론사의 기자는 경기도지사의 일정을 따라 취재를 하던 중 “너무 힘들다”며 “취재를 포기하고 싶다”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여러 단체장 중 딱 한 사람만은 바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탄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014년 4월 15일, 16일, 17일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기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어서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빠야 할 대통령이 특별한 공식행사 없이 몇 시간씩 관저 즉 집에 있었다는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기자들이나 국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그 시간에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정 때문에 기절해 쓰러질 정도로 다니는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시간이 남아돌아 관저에서 출근도 안했다는 대통령, 그리고 그 시간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대형사고로 어린 학생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저에서 출근조차 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은 궁금증을 뒤로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질의는 자주 출근을 하지 않았던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업무를 본 사람이 누구인지, 왜 대통령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국가의 중대 사안이 결정이 됐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국민 담화에서 매번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대통령이 탄핵되기 이전에, 특별검찰 또는 청문회에 출석해 사실을 실토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대통령이 내린 수많은 결정들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며 수습 또한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애국은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대국민 고해성사뿐이다.
저작권자 © 경인종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