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무능력하고 남 핑계를 이용해 자신의 정적제거에만 몰두한 임금을 꼽으라면 그 중에 으뜸으로 선조를 꼽을 수 있다.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버리고 홀로 도망간 것도 모자라 명나라 귀순까지 생각했었던 어처구니없는 정치지도자였다. 군왕이 무능해 정치를 정적제거에만 시용하다보니 신하들은 남을 죽이고 자신이 올라가야 한다는 집권에 대한 욕망에만 눈이 멀었다. 이때 대거 등장한 집단이 사림세력이다.

선조이전에는 훈구세력에 밀려 중앙 진출이 좌절됐던 사림세력들은 선조의 등장과 함께 역사의 전면에 나세게 된다. 그리고 치세보다는 집권에 대한 욕망을 불태우며 붕당정치를 하기 시작했다. 선조 당시에 등장한 사림세력들은 이조전랑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조의 나이가 40이 되어 광해군의 세자책봉과 관련해 동인이 둘로 갈라진다.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해야 한다고 했던 북인에 대한 처벌을 놓고 남인과 서인이 뭉쳐서 북인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광해군이 물러나고 인조가 즉위하면서 북인은 거의 사라지고 남인과 서인이 정국을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효종 대에 이르러 서인은 다시 노론과 소론으로 나뉜다. 이때가 바로 사색당파가 완성된 시기다. 서인정권에 기원을 두고 있는 노론은 숙종, 경종, 영조시대에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리고 동인에서 갈라져 만들어진 남인은 숙종 시대에 전성기에서 몰락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정조시대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지만 순조시대에 몰락하는 등 4개의 정치집단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조선은 파국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작금의 근현대사가 조선의 역사와 어찌 이리 닮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조선은 태종에서부터 세종을 거쳐 세조에 이르기까지 군부통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명종에 이를 때까지 훈구파에 의한 과도기를 거쳤다. 마치 한국의 현대사가 이승만에서 시작해 노태우 시대까지 군부통치를 거치고 김영삼 과도기를 거친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과도기가 끝나자마자 선조는 위기를 맞아 나라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했다. 마치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 것과 거의 비슷하며 사당사색이 된 정치 환경도 비슷하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선조가 붕당정치에 휘둘려 10만 양병도 하지 못하고 일본군에게 강토를 빼앗기고 신음하는 동안 조선의 백성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국난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의병이 일어나 일본군을 몰아냈다. 임진왜란을 백성의 힘으로 극복해 나간 것이다. 지금 광화문의 촛불처럼 말이다.

많이 배운 정치지도자들보다 백성들은 먼저 나라를 생각했고 나라를 위해 구국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켜냈다. 힘들고 어려운 것을 관리나 정치인들이 아니고 백성들이 일구어 낸 것이다. 27일 새누리당에 기반을 둔 새로운 보수정당이 만들어지면서 한국은 다시 한 번 완벽한 사색정당의 국가가 됐으나 선조시대처럼 나라가 허물어지는 일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현명한 국민들이 그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리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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