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연간 신생아 수는 매년 80만을 육박했다. 당시 뉴스를 보면 매년 대전시 인구수에 버금가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때문에 산아제한이 필요하고 이를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딱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신생아 수는 절반으로 줄어 2015년 한국의 신생아 수는 40만에 그쳤다. 당장 올해부터 인구수 감소에 따른 노동력 인구가 줄어든다는 발표도 있었다.

과거 인위적으로 인구수를 감소시키려는 노력들은 피임법의 개발과 보급, 정부의 산아제한 홍보 등으로 이어졌지만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인구수를 감소시킨 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작됐다. 일을 하고 있음에도 집을 살 수 없고, 아이들 교육을 시키려면 과외로 일을 더해야 하며 자본의 크기로 사람의 인격과 신분을 규정짓는 사회적 행태는 한국에서의 아이 생산이 가진 사람들을 위한 노예생산과 다름없다는 인식을 팽배하게 키웠다.

최근에 한국의 상황에 대해 보도 한 한 외국 매체는 한국의 고학력서 젊은이들이 자국을 탈출해 외국에서 저학력 일자리를 찾는 이유는 한국사회가 사회구성원들에게 주는 스트레스의 압박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들이 몸이나 정신이 견딜 수 있는 이상의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생식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인구절벽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정부가 던져주기 식의 산아정책으로 연간 100조 상당의 예산을 쓰면서도 실효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책이 사회구조를 깨지 못하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육아휴가, 신혼부부 절세, 무상 누리과정, 무상급식 등의 정책을 더 늘린다고 해도 아이를 낳게 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없다.

지금 20대에 진입한 젊은이들과 결혼 적령기를 넘긴 30대들이 자라면서 보아온 한국 사회의 구조는 천민자본에 대한 철학과 그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사회구조이며 이것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인 기형적인 한국사회에 대해 유지를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나 혼자 사는 것이 남에게 폐 안 끼치는 것이라 믿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지옥의 계단처럼 강고하게 형성된 이런 사회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신생아 출산율은 갈수록 줄어들기만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국가해체의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사회 철학의 변화에 바탕을 둔 사회의 구조변혁이 먼저다. 거대 자본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토지공개념없이 부동산을 독식하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믿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아 교육하는데 사교육비가 터무니없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교육구조 개선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정치 제도적 변화가 10년간 지속된다면 젊은이들의 사고가 점차 바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하면서도 집을 살 수 있고 원하는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사회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면 인구절벽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한국적 현실은 인구절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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