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승수 기자] 우리 삶 깊숙이… 犬의 재발견

개는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같이 생활해온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그렇다 보니 개와 관련된 전설과 동화 등이 후대까지 전해지고 있다.

과거 조상들은 음력 정월 처음 맞이하는 술일(戌日)을 보고 ‘개날’ 또는 ‘상술일’이라고 불렀으며 이날 일을 하면 개가 텃밭을 망친다고 해 일을 쉬기도 했다.
통영의 민요 ‘통영 개타령’에는 개를 사랑의 방해자, 잠자는 아기를 깨워 어머니의 미움을 사는 존재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는 개의 습성으로 인해 사랑을 훼방하는 존재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음력 정월 대보름날 개에게 밥을 주지 않음으로써 부정을 없애 나쁜 것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려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또 오래전부터 전승된 개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을 보면 개가 인간과 밀접한 관계 속에 상생해왔음을 알 수 있다.

수원 광교박물관은 2018년 황금 개띠의 해를 맞아 우리와 함께 친구처럼 또는 가족처럼 살아온 개들의 이야기와 작품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과 캐릭터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 우리와 함께 살아온 개의 이야기

광교박물관은 박물관 2층 휴게공간에서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틈새전시인 ‘황금 개의 해’를 전시하고 있다.

광교박물관은 작년에도 닭의 해를 맞아 닭과 관련된 역사나 문화 속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실제로 다른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유물 사진들을 출력하여 전시한 ‘붉은 닭의 해, 꼬꼬 이야기’를 진행한 바 있다.

틈새전시란 박물관에 마련된 상설전시관이나 특별전시관 외에 남는 공간을 활용해 진행하는 전시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전시회를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황금 개의 해’ 전시는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개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으로,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개의 모습과 사도세자나 조선시대 유명한 작가인 김홍도, 장승업이 그린 견도, 투견도, 조수해도 등 개를 소재로 그린 그림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수원시박물관사업소 수원박물관 광교박물관팀 박선영 주무관은 “이번 전시회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끔 캐릭터를 활용해서 쉽고 재밌는 전시를 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는 최승일 조각가가 개 조각상을 기증해주셔서 포토존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12간지와 띠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비롯해 개의 이야기, 속담, 전설 등을 그림을 통해 쉽게 표현했다”며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 신화와 전설 속에 있는 개의 모습은?

신화나 전설 속에 나오는 개들은 주로 충성심과 친근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와 달을 찾으러 간 ‘까막나라 불개’ 이야기, 고려시대 불 속에 주인을 구하고 죽은 ‘오수의 견’ 이야기, 제주도 설화에 나오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안내견’ 이야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은 글과 함께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같이 그려 이해도를 한층 높인 것이 특징이다.

박선영 주무관은 개가 예로부터 가장 많이 그려진 동물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부귀영화와 복을 기원하고 나쁜 것을 쫓아내고자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어요. 그중 5마리의 동물이 많이 그려졌는데 집에서 기르고 제사로 많이 사용됐던 소, 양, 개, 닭, 말이 그 예입니다. 특히 개는 사람들과 매우 가까운 동물로 많이 그려졌지요”

그 예시를 보여주듯 ‘그림 속의 개’라는 코너에는 개들이 주인공으로 나온 그림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작품들을 사진으로 출력해 전시되어 있는 이 코너에는 이암의 ‘어미 개와 강아지’, 장승업의 ‘조수해도’, 사도세자가 그린 ‘견도’ 등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돼 있었다.

눈에 띄는 건 나무 아래 있는 개 그림이 많다는 것과 흰둥이, 누렁둥이가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었다.

“나무 아래 있는 개 그림들이 많은 이유는 집을 잘 지켜 도둑을 막아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흰둥이는 전염병, 잡귀를 물리치는 능력과 재난을 경고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누렁둥이는 농가에서 풍년과 다산을 상징합니다. 그렇기에 이 종류의 개들이 노래가사와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조선시대 이전의 개의 모습은 문헌 등에만 등장하기에 회화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고 조선시대에 들어와 장식을 위한 실용적 의도와 벽사의 의미를 담아 제작됐다고 한다. 또한 개 그림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개는 삽살개로, 그 이름이 귀신이나 액을 쫓아낸다는 뜻을 지닌 우리말로써 귀신을 쫓는 삽살개에 관한 이야기 등도 많이 있고 왕이나 지체 높은 양반들도 많이 길렀다고 한다.

앞으로도 매년 그 해의 띠를 주제로 틈새전시를 진행한다는 광교박물관.

“내년도에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들로 전시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구정 이후에는 12간지 캐릭터들과 전설 속에 나온 개들 그림으로 엽서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예정입니다. 또한 9월 이후에 올림픽과 스포츠를 주제로 관련 자료들 전시하고 체험해보는 곳도 마련할 예정이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한편, 수원광교박물관은 2014년 3월 개관했으며 광교 역사문화실, 박물관에 자료를 기증한 시민들의 이름을 본뜬 소강 민관식실, 사운 이종학실, 어린이체험실로 구성돼 있다.

 

이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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