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김형천 편집국장] [데스크칼럼]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워서야"


옛 속담에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 는 말이 있다.

이말의 뜻은 "빈대를 잡으려고 집을 태우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며 "손해를 크게 본다는 생각을 못하고 자기에게 못마땅한 것을 없애려고 덤비기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현재 경기도 파주와 김포지역에서 벌어지려고 한다.

정부는 지난 4일 확산일로에 있는 경기도 파주·김포의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ASF)의 조기 종식을 위해 두 지역의 모든 돼지를 신속하게 수매 또는 살처분 하겠다고 밝혔다.

5일 열린 방역상황점검회의에서도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는 농가로부터 신속히 돼지 수매 신청을 받고, 출하 전 정밀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결정에 경기 양돈업계는 현실적인 보상안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선량한 한돈 농가들이 생업의 존폐 위기에 놓였다"며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지만 무조건적인 동참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반드시 해당 농가의 동의를 받고, 보상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파주 91개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한 농장은 5곳이고, 이들 농장을 포함해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농장은 33곳이다.

아직도 파주에는 58개 농장에 돼지 5만8천여마리가 남아 있다.

인근 연천군도 정부의 일방적인 수매와 살처분에 반대하는 입장은 파주시와 같다.

성경식 대한한돈협회 연천군 지부장은 "연천군은 지난달 18일 ASF 확진 후 추가 의심 신고도 없이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농림부의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은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정부의 수매, 살처분 방침 뉴스를 보고 군청에 달려가 군수에게 살처분은 안 된다고 전했다"면서 "20일 가까이 의심 신고도 없고 방역만 죽어라 하는데, 정부는 무조건 살처분만 하라는 게 능사인지 답답하다"고 전했다.

성 지부장은 "ASF 발병 후 지금껏 정부가 감염 경로나 원인은 파악도 못 하면서 왜 죄 없는 양돈 농민들의 돼지만 묻으라고 하느냐"면서 "ASF로 20일 동안 경기·인천·강원 지역 돼지의 이동 중지 명령으로 분뇨 문제와 돼지의 과체중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연천에서 돼지의 정자를 생산하는 북부유전자센터 이준길(56) 소장은 "국가 정책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것에는 동감을 한다"면서도 "정부가 예방적 살처분 구역을 3㎞, 10㎞로 묶는데 너무 탁상행정인 것 같다"면서 "연천 지역의 농장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강으로 나뉘어 접근이 쉽지도 않은데, 공무원들이 컴퍼스로 원을 그려 10㎞ 내 살처분을 한다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파주와 김포에서 3㎞ 예방적 살처분 대상 돼지를 제외한 돼지 수는 6만 마리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5∼6개월가량 사육해 식용으로 사용하는 생체중 90㎏ 이상 비육돈 비율이 27∼28%인 1만7천 마리가 수매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전 5일간 도매시장 평균 가격을 수매단가로 정했다.

정부는 하루 아침에 날벼락 맞은 두지역의 양돈농가의 입장은 생각은 해 보았나 의심스럽다.

자식같이 키우던 돼지를 적정한 보상가도 받지못하고 또 이번 ASF 사태로 살처분대상이 된 농가는 1년6개월 후에나 입식이 가능하며 양돈업을 주업으로 살아온 이들 농가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없는 상황에서 그저 돼지를 수매에 내어 놓으라고만 한다면 아무리 정부정책이라도 수긍하기 어려울것이다.

현실적인 보상과 재입식 보장, 생계비 지원 등의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까지 태워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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