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인근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신선영 기자] ※ 사진은 이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인근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신선영 기자] ※ 사진은 이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경기= 신선영 기자]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 편의를 위해 청소차에 매달려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추락·충돌 사고는 예견된 산업재해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찰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40대 김 씨가 구청 청소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청소차량 뒤편 발판에 매달려 있던 60대 환경미화원 유 씨가 크게 다쳤다. 유 씨는 왼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사고를 낸 김 씨는 50m가량 달아났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의 0.08%의 배를 웃도는 0.202%로 측정됐다.

피해 환경미화원이 소속된 전국민주일반노조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고는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예견된 산업재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환경미화원이 청소차 뒤편 작업 발판에 올라타는 건 불법이지만, 과중한 업무를 끝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청소차량 작업 발판뿐만 아니라 과중한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차량 화물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자동차 관리법에서는 차량 구조 장치를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부착물을 달고 주행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국 자치단체장과 폐기물 수거 대행업체는 작업 편의를 위해 이를 방관하고 있어 환경미화원들의 추락·충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보면 2015∼2017년 산재를 당한 환경미화원 1822명 중 18명이 사망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1년 발간한 ‘국내 산업별·직종별 특성과 사망사고 발생 위험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미화원 산업재해는 2018년 569명, 2019년 801명, 2020년 823명 등으로 늘고 있다.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2018년 1월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은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승·하차가 잦은 작업 특성을 고려해 한국형 청소차를 개발, 보급하고 저녁·새벽 작업을 낮시간대로 변경하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환경부와 지자체는 하청 청소업체에 미화원들이 차에 매달리지 못하게 청소차 발판을 떼고, 차량에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미화원들은 정부 지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 탑승 공간이 마련된 ‘한국형 청소차’는 보급된 지 5년째 전국에 120여 대에 불과하다. 일반 청소차량에 비해 3000만 원 가량 비싼 데다 이마저도 좁은 주택가 골목에서는 운행이 불가해 도입이 늦어지는 현실이다. 또, 수거할 쓰레기양은 많은데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차량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장비와 인원 충원이 병행돼야 해 예산 반영 등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저작권자 © 경인종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