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대경 논설위원. 이학박사·메타아카데미센터장.

[송대경 논설위원]

연말에 친구가 보내준 사과상자를 뜯었다. 상자 속에는 사과만 들어있지 않고 사과농장 주인이 사과과수원을 하게 된 동기와 25년이란 세월 동안 사과농사를 유기농법으로 고수해 온 나름대로의 신념과 지역 사과판매를 위한 여러 단체 조직 구성 및 활동 등에 대한 소개도 함께 들어있었다. 사과농장 주인은 그냥 농부가 아니라 ‘사과 농사 분야의 리더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제주 서귀포시 화재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 주택에 있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창고 불을 끄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故 임성철 소방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고인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희생과 헌신을 다했다. 만일 고인이 그런 정신으로 계속 살아서 근무하게 되었다면 소방분야의 리더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비통할 뿐이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오마이뉴스 유튜브 인터뷰에서 “민주 개혁 진영이 내년 총선에서 200석 이상의 압승을 하면 개헌을 하고, 그 부칙에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넣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024년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은 “탄핵보다는 오히려 개헌이 더 쉬울 수도 있다.”며 “매우 합법적 방법으로 윤 대통령 임기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의 교수시절 형법을 배웠다는 류제화 변호사(국민의힘 세종갑 당협위원장)는 서울대가 교수님을 파면했어도 교수님께 배운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 가슴속에 남아 있기에 형법학자 조국과 조국사태를 만든 조국을 분리하려고 무진 애를 써왔는데 이제는 그 허망한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바꾸면서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부칙을 만들면 사실상 탄핵효과를 낼 수 있다는 ‘법 기술자’적인 발상으로 형법학자였던 조국 교수는 왜 이렇게까지 타락했냐고 했다. 교수로서 존경받던 조국 전 장관은 분명 리더였으나 이제는 아니다.

새해를 앞두고 민생을 챙기는 법안들이 나올까 기대했으나 그보다는 선거를 겨냥한 법안이 통과되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김건희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등 이른바 ‘쌍특검법’이 그것이다. 김건희특검법은 김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는지를 밝히겠다며 야당이 발의한 법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19개월간 이루어진 서울중앙지검 수사에서는 김 여사가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검사장은 이성윤 검사장이었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가족 관련 수사 지휘권을 중단시켰던 사건이다.

조선일보 “野, 오늘 쌍특검법 처리…총선까지 ‘영부인 이슈화’ 노린다”(12월 28일) 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거부권은 국민에 대한 거부’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득실만 따지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될 것으로 보며 ‘한동훈 비대위’가 특검법에 반대하면 혁신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의’에 부칠 수 있게 되는데 재의 표결은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시한 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공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 국민의 힘 내 ‘반란 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재의 표결을 통과한 법에는 대통령도 거부권을 쓸 수 없다. 기사에 따르면 법조계 인사들은 ‘범죄 사실도 아니고 김여사 망신주기가 목적인 각 종 쓰레기 정보가 특검 안팎에서 흘러나올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것만큼 좋은 총선호재가 없다’고 했다.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쓸 수는 있지만 지금 통과한 법안이 드라마 같은 흥미유발 외에 우리 민생과 나라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에게는 입법의 권한도 있지만 국민을 위한 입법을 해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 정당의 정략만을 좇아가는 국회의원은 과연 우리의 리더일까.

24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신인 정치인은 “오늘의 정치 현실은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 ‘경로의존형’에 갇혀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외딴섬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국민이 없는 국정(國定),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정치, 미래의 가치도 만들지 못하는 정쟁으로 국민에게 피로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했다.(경인종합일보 12월 27일, “남주헌 교수, 화성병 출마선언”) 24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나서려는 예비 후보자들에게 자신들이 국민의 리더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새해가 밝아온다, 새해는 분명 이전 해보다 희망차야 한다. 희망차기를 빈다. 지면을 빌려 새해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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