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근 논설위원. ㈔청소년인성교육회 이사.

[김동근 논설위원]

 

선거철만 되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십 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꼴을 보게 된다. 노인 비하, 성희롱, 장애인 폄하, 지역 차별 발언 때문에 한순간 매장을 당하기도 하고, 맞춤형 칭송으로 국민적 주목을 받기도 한다.

노인을 불편한 존재라는 비하 발언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르더니 급기야는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는 듣기에 민망한 망발도 등장하였다.

어르신 폄하를 하는 사람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못 받았거나 어른들과 함께 지낸 좋은 추억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젊은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발언일 수도 있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대가족주의의 붕괴로 인한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숙명의 코스

노인 문제를 말할 때 일반적으로 4고(四苦)를 언급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빈고(貧苦), 건강 상실로 고통을 겪는 병고(病苦),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외됨으로써 오는 고독고(孤獨苦), 그리고 사회적 역할 상실에 따른 무위고(無爲苦)가 그것이다.

노령화는 누구나 세월이 가면 거치게 되는 숙명의 코스이다. 필자는 조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의 사랑도 못 받아보았고, 할아버지와의 추억도 없다. 또한 함께 생활을 한 경험도 없기에 노인들에 대한 불편함이나 편견도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게 되니 손주 사랑을 느끼고 있고, 어느덧 어머니도 연로하게 되어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노인 문제는 남 일이 아님을 느끼고 있다.

배고픈 시절을 살아오신 습관, 문화와 환경, 세대 차이를 넘어서서 기억력까지 희미해지니 가족들과의 부적응, 불편한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한 모습이 자식으로서는 불만이나 짜증보다는 측은하고 불쌍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고생으로 자식을 뒷바라지 한 부모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요, 낳은 정이기보다는 기른 정,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로 사회를 지향하며

유엔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2023년 12월 기준 19.0%를 기록했다. 해마다 1%p씩 증가하는 추세로, 이대로면 2024년말~2025년초에 초고령사회가 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운영되던 곳은 이미 노인 요양시설, 이른바 ‘노치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 1위,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인을 경로로 우대는 하고 있으나 이제는 원로, 어르신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

하느님의 사랑이나 부모의 사랑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으며, 온 세상보다도 더 크다는 말로 설명은 하지만 현실감이 없다. 혹자는 이를 ‘참사랑’으로 표현을 하며, 가진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하여 안타까워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참사랑의 세계는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게 되며, 공생하는 기쁨, 공영하는 즐거움, 공의를 실천하는 보람을 함께 누리는 심정공동체이기도 하다.

나눌 것은 참사랑

우리의 당면한 과제인 노인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에 가장 가깝고 유일한 길은 무너져가는 가정을 바로 세우는 길이요, 그것은 참사랑을 실천하는 참가정 운동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심정공동체 안에서 참사랑을 나누는 삶을 행복이라고 말한다. 참사랑을 나누고 필요로 하는 곳은 가정이다. 가정은 부부의 사랑, 부모의 사랑, 자녀의 사랑, 더하여 형제간의 사랑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가정은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만들 수도 있고, 가까이서 찾을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부여한다. 참사랑은 모르게 조용히 베풀어야 한다. 또한 대가를 바라지 말고 아낌없이 주어야 하며, 간섭 없이 주고 잊어버려야 한다. 한마디로 조건이 없는 ‘그냥’이다.

얼마 전에 갑진년 신년 법회를 갔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짓는 것이라며, “복 많이 지으세요”를 설파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참사랑을 나누는 것은 복을 짓는 길이요, 참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갑진년 새해에도 참사랑 실천으로 복 많이 짓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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