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대경 논설위원. 이학박사·메타아카데미센터장.

[송대경 논설위원]

얼마 전에 밤을 꼬박 새우며 아시안컵 축구경기를 봤다. 한국 팀은 선제골을 허용하면서도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져 추가시간이나 연장전에서 역전골을 넣어 승리를 해왔기에 요르단과의 4강전도 은근히 승리를 기대하면서 시청하였다. 하지만 그날 경기의 한국 팀은 패스도 제대로 안되고 유효 슈팅도 제대로 쏘아보지 못하고 정말 시청자인 필자가 봐도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다음날 뉴스에서는 감독의 작전 없음을 패배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기사가 실렸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분노하지는 않고 그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되는가 했다.

경기는 끝났지만 경기 관련 소식은 끝나지 않았다. 이후 매스컴을 통해 요르단과의 경기 전에 축구 선수끼리의 싸움질이 있었다고 한다. 선수들은 밤을 꼬박 새우면서 응원하는 국민들은 안중에 없었을까? 시합의 뒷 애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사람은 때로는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 행위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한 매스컴의 분석에 따르면 해당선수 간의 패스가 이전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요르단과의 경기는 개개인의 감정으로 시합을 그르친 셈이다. 감독을 위시한 팀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의 한 명인 이강인 선수는 선수로서의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몸도 날렵하고 개인기도 뛰어나고 판단력, 결정력 동도 좋고 경기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최근 아시안컵 경기에서 넣은 두 골은 무척 시원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아름다움인 인간미를 놓치고 있다. 인간미는 겸손, 양보, 배품, 배려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런 것들이 있었다면 문제의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큰 시합을 앞두고 느슨해진 선수들을 한 팀으로 뭉치도록 간섭하는 것은 팀의 주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면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 한 팀으로 뭉쳐 승리를 만들어보려는 주장의 행동을 간섭이라며 대들었다면 사람들은 이강인 선수를 좋게 보지 않는다. 이강인 선수는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손흥민 주장에게 사과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입장문은 변호사를 통해서 내놓았다는 소식만 들었다. 이강인 선수의 열성 팬들이 손흥민 선수의 SNS에 항의 글을 남겼다는 뉴스도 들었다. 하지만 이강인 선수를 마케팅에 활용했던 기업들이 시민들의 성화에 이강인 선수가 들어간 부분을 마케팅에서 빼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이강인 선수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이것이 사람들의 생각이다.

주장 손흥민 선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격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공이 있는 선수이다. 지금까지 세계에 대한민국을 좋은 이미지로 알리는 일에 어느 정치인보다도 더 훌륭히 기여했다고 해도 반론이 별로 없을 것이다. 요르단과의 경기 후에 손흥민 선수의 인터뷰에서 요르단전의 패배를 그가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를 짐작해 본다. 이강인 선수는 선배 선수의 모습을 거울삼아 지금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착각으로 아까운 재능에 흠집 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에도 인간미가 사라진 뉴스들이 들려온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국 씨는 아들입시를 위해 허위로 작성한 서울대 인턴십 증명서를 활용하고, 아들이 다니던 외국 대학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해줬다. 딸의 의학전문대학원입시에 허위 인턴 확인서와 허위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했다. 민정수석 시절 정치권 청탁을 받고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반의 감찰을 무마했다. 이 혐의가 모두 1심과 2심에서 유죄로 판단되었다. 조국 씨는 이미 모든 사람이 용이 되고픈 꿈을 꾸거나 용이 될 필요는 없으며 그냥 ‘게나 가재로 살아라’는 등 내로남불의 생각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었다. 재판부는 조국 씨의 선고에서 감형하지 않은 이유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국 씨는 법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그 법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기에 인간미가 없는 법기술자에 불과하다. 조 씨는 재판 후에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 제 힘을 보태는 것으로 끝없는 사과를 하려 한다’는 이상한 말을 했다. 이번 총선에 적용되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에서 조국 씨가 당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조국 씨의 범죄에 대한 다른 판단이나 사과가 아니며 조국 씨의 범죄에 대한 결론은 오직 법원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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