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근 논설위원. ㈔청소년인성교육회 이사.

[김동근 논설위원]

숨을 쉬는 데에 필요한 공기와 함께 물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의 소중한 존재이다. 인체의 70%는 물로 이뤄진 만큼 인간의 생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물이 없으면 인간도 자연도 존재할 수가 없다. 그래서『물』고갈은 ‘소리 없는 인도주의적 재난’이라고도 한다.

또한 20세기가 석유의 ‘Black Gold’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바야흐로 물의 ‘Blue Gold’ 시대로 앞으로는 수자원이 한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심의 시절에는 등하굣길이나 들녘에서 일하다가 도랑물을 마시기도 했지만, 장독대의 정화수, 제사상의 숭냉, 세례를 위한 성수 등의 지성을 담은 물도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바가지의 샘물, 물동이‧바케쓰‧물지게 등도 정겨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때로는 가뭄으로 메말라 가는 농작물을 보며 애도 태워 보고, 장마철이면 무너져 내린 논두렁, 불어난 시냇물로 등교를 하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또한 청소년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갖고, ‘푸른 산, 맑은 물, 깨끗한 공기’를 외치며,『그린스카우트』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필자에게 물은 애증 어린 추억을 갖고 있다.

 

요지경의 정치판

지난해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흙탕물 논쟁이 범람하더니 금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물갈이로 시끄럽다. 자칭 시스템 공천으로 정화수를 기대하건만, 한쪽은 나쁜 물, 구정물이고, 또 다른 상대는 고인 물, 썩은 물이라며 시기와 저주가 난무하는 아귀다툼의 난장판이다.

윗물이 더러운데 아랫물이 맑아지기를 기대하는 꼴이다. 시스템이라는 고장 난 정수기로 걸러내고 있는 꼴불견들은 ‘똥 묻은 놈들이 겨 묻은 놈을 나무라는 한심한 작태’ 보여주기 경쟁이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서도 여야 공천의 결과에 대해 말과 탈이 많은 그야말로 요지경의 정치판이다.

우물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 펌프를 박아 손쉽게 식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수압이 떨어져 펌프가 헛돌게 되면 물을 한 바가지 부어 압력을 높였는데, 그때의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어떤 일을 시작하는 계기나 실마리가 된 경우에 마중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여의도 물갈이를 놓고, 돌파구와 명분으로 가끔 마중물과 같은 인물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마중물의 인물을 요구하기보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일꾼을 필요로 한다. 지극히 선한 것은 물과 같으니 물처럼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은 자신을 낮추는 덕성이 있고,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순리와 겸손이 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겸허히 수용하는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으며, 막히면 돌아서 흐르고, 깊으면 채워서 흐르는 등 어떤 상대를 만나도 넉넉히 품에 안는 것이 물이다.

 

마중물의 의미

물 사랑은 나라 사랑의 길이고, 물 없는 곳에는 미래도 없으며, 물은 후손이나 인류에게 물려줄 가장 소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3월 22일은 제32회 ‘세계 물의 날’이다. 물 부족과 오염을 방지하고, 인류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물의 소중함을 알리며, 세계 각국의 관심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1992년 47차 UN총회에서 지정‧선포하였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정부 행사로서 기념해 오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평화를 위한 물 활용(Leveraging Water for Peace)’이며, 물이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의 작은 실천들이 모아지면, 보다 안정되고 번영하는 내일의 토대 마련과 인류 평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물은 근본적으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순환하는 것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면서 상선약수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물을 돈 쓰듯’하는 자세로 물 절약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

아울러 다가오는 총선에서 갈등과 분열로 오염된 정치판을 물갈이하는 정화수의 의무, 한반도 통일과 인류 평화를 선도할 수 있는 마중물로서의 권리 행사를 빠짐없이 하였으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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