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칼럼니스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다사다난했던 임인년을 보내고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새로운 결심과 각오를 담아 희망찬 계획을 세운다. 나 또한 큰 기대와 부푼 희망을 품고 몇 가지 각오를 목표로 세웠다. "새해는 감사하며 살자. 새해는 칭찬하며 살자. 새해는 베풀며 살자." 이렇게 멋진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작년에도 제 작년에도 거창한 계획을 세웠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까마득히 잊곤 했다.

용두사미(龍頭蛇尾), 이 말은 시작할 때는 용의 머리처럼 웅대했지만, 그 끝은 뱀의 꼬리처럼 초라하고 보잘것없음을 꼬집는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계획을 세울 때는 언제나 강한 의지와 확고한 결심으로 세우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외부의 자극이 주어지면 점차 의지는 약해지고 시들해진다. 경제적인 이유, 시간적인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원래 세웠던 목표는 사라지고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처음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목표에 시선을 집중하고 꿋꿋하게 나아가야 한다. 

목표를 이루는 첫 번째 조건은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수준에 도달할 것인지 그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그랬을 때 조급하거나 느리지 않으며,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고 오히려 목표 지점과는 멀어질 뿐이다. 

오래전 로마를 여행하면서 베드로성당을 관람하고 나올 때였다. 길거리 상인이 우리가 한국 사람임을 알아보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했다. 그동안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1초까지 아끼며 억척같이 일했었다. 그래서 ‘빨리빨리’는 우리의 뼛속 깊이 자리 잡은 일상어가 되었고, 한국인의 대표 상징어가 되었다. 그렇게 온 세상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빨리빨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5천 달러의 선진국이 되었고, 세계 속의 위대한 대한민국이 되었다.

목표를 이루는 두 번째 조건은 분명한 방향이다. 목표를 향한 시선의 방향이 잘못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앞만 보며 돌진하다가 방향이 잘못되면 오히려 그 속도만큼 멀어지게 된다.

100m 달리기에서 트랙을 거꾸로 달리는 선수가 있다고 하자. 이 선수는 달리면 달릴수록 목표와 멀어질 것이다. 어느 날 뉴스에서 역주행 차량이 일으킨 처참한 사고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마땅히 한 차선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달려야 할 차량이 마주 보고 달렸기 때문에 일어난 엄청난 사고였다. 그렇다. 길에는 차선이 있고 규정이 있다. 규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와 규정을 지키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깊은 산속에 욕심 많은 멧돼지가 살았다. 하루는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다가 땅바닥에 널려있는 도토리를 맛있게 주워 먹었다. 그러나 아직도 배가 고팠다. 주변의 낙엽을 헤치자 묻혀있던 도토리를 더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모조리 먹었는데, 아직도 양이 차질 않았다. 미련한 멧돼지는 도토리가 땅속에서 나오는 줄 알고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도토리가 나올 때까지 계속 팠다. 나무뿌리가 모두 드러났는데도 정신없이 파고 들어갔다. 결국, 나무는 쓰러지기 시작했고 욕심 많은 멧돼지는 쓰러진 나무에 깔려 죽고 말았다.

우리는 평소 부족함 없이 잘 살면서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가 만족을 모르는 이유는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이젠 다 내려놓고 욕심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지 말자.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정도를 지키며 살자.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둘 것이라 했다(갈6:7). 봄에 씨앗을 심으면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새해에는 새로운 결심을 심어보자. 욕심을 내려 놓고 이렇게 살아보자. "새해는 감사하며 살자. 새해는 칭찬하며 살자. 새해는 베풀며 살자." 바로 이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사람은 없다. 감사하는 자를 욕할 사람도 없다. 감사는 감사를 낳고 불평은 불평을 낳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내 손안에 내 인생의 목표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쥐어져 있다. 그 나침반은 바로 감사이며, 칭찬이며, 베풀줄 아는 배려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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