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한준 기자]

"대표적인 저장 과일인 사과는 가격이 너무 올랐고 수급도 쉽지 않아 귤 같은 대체과일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마저 덩달아 올라 어려움이 크네요."

경기도가 추진하는 '어린이 건강과일 공급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경기과일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이용하 대표의 하소연이다.

10일 경기도와 경기과일농협 등에 따르면 과일값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도내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가정보육 어린이 등에게 연간 58회(월 4~5회) 다양한 과일간식을 제공하는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강과일 공급은 경기도가 2019년부터 어린이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식습관을 개선할 목적으로 신선한 제철 과일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도와 시군이 절반씩 분담한다.

과일 수급상황이나 가격에 상관 없이 한 번에 제공되는 과일 양은 어린이집에는 1인당 100g, 아동 연령대가 높은 센터와 시설에는 150g, 공동생활가정과 학대피해아동쉼터에는 200g씩으로 정해져 있다.

전체 46만5000명에게 최소 100g씩 과일을 제공하려면 한 번에 46t이 필요한데, 껍질과 심지 무게를 제외하고 최소 포장단위(1.8㎏)를 맞추다 보면 1회 공급물량이 60t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과일값이 수개월째 가파르게 폭등하면서 '신선한 제철 과일' 확보에 고충을 겪고 있다.

경기과일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이 공개하는 올해 월별 과일공급계획(품목)을 보면, 1월엔 감귤·배·단감·배·토마토를, 2월과 3월엔 한라봉·배·딸기 품목을 공급했다.

국민과일인 사과는 2월 남부권역에서만 한 차례 제공했을 뿐이다.

대체 과일마저 수요가 쏠리면서 감귤 역시 1월에 한 차례 공급하고는 또 다른 대체제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사과 가격은 1월 56.8% 이어 2월에 71.0% 급등했다. 봄철 이상기온, 여름철 집중호우, 수확기 탄저병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과의 대체재 관계에 있는 다른 과일들의 가격까지 치솟았다. 귤은 1월 39.8% 이어 2월 78.1% 급등했고, 배와 딸기도 각각 61.1%, 23.3%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34만명에게 과일간식을 공급하는 경기과일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은 공급 물량을 확보하느라 전국 산지를 찾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배지 한계상 공급물량의 60%만 도내 산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40%를 타지 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전국 곳곳에 있는 농협 계통조직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과일 선별 작업을 강화해도 저장 과일류의 품질이 떨어져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도 걱정이다.

이용하 대표는 "명절 성수기가 지나면 과일값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워낙 물량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아이들 건강을 위한 것인데 양과 질을 더욱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참외, 토마토, 수박 등 과채류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5월을 기대하며 4월까지 어떻게든 저장 과일류를 확보해서 버텨보려고 한다"며 "다만 날씨가 변수인데,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개화기에 우려되는 저온 피해가 없기를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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