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의 논설주간·경영학 박사.

[강준의 논설주간]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다. 겉은 보기 좋고 그럴듯한데 그에 맞는 알찬 내용이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로써 춘추 좌씨 전에 이르면 화이부실 (華而不實) 이라고 꽂은 화려하나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뜻으로  이 역시 겉모습은 그럴듯하지만 실속이 없다는 것을 이르는 표현으로 쓰인다.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은 느낌을 가질 수 있고 판단을 가능케 한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사실감 있으며 크기와 무게와 가치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눈에 안 보이지만 더 중요한 것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하철은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으나 우리는 쉽사리 그 빠름이나 현실성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에서 차들의 홍수에 밀려 안간힘을 다하며 거리를 달리는 버스의 고마움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지하철의 존재가 묻히고 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수고와 노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봄직하다.

실적주의 사고, 물량 우선의 현시적 사고는 겉치레일 뿐이다. 그보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성과 땀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활동실적이나 보여지는 계량치 에 의한 결과만을 놓고 공과(功過)를 따지는 우리 사회 현실을 스스로 안타깝게 생각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질 때 보이지 않는 힘의 무서움과 잠재력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떠한 사물이나 사람을 평가할 때 보여지는 외형적인 면을 먼저 보게 된다.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것보다 우선 눈에 먼저 들어오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때론 지나칠 만큼 가혹한 비판과 허접한 평가를 주저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착해 보이고 정직해 보이는 사람이 설마 그럴 줄이야 싶을 정도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고, 보이기에는 험상궂고 거부감이 드는 외모이지만 남모르게 선행을 베푸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성경에 이르기를 외모를 보지 말고 그 사람의 중심을 보라고 하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게 된다. 복잡하고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을 살면서 가장 큰 지혜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힘, 그 내면의 가치와 힘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의’ 내용 가운데 여우가 어린 왕자와 대화하는 도중에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다” 는 구절이 있다. 이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비트는 말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외면의 화려함보다는 오히려 내면의 충실함이라 여겨진다. 기업이 인재 영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리크루팅 전략.(recruitment strategy) 이다. 방법과 절차를 계획적으로 정의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에 부합한 숨겨진 인재를 찾아내기 위한 핵심적인 과정이다. 기업의 성장 전략과 연계하여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영입된 인재의 역량과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에 도움이 되도록 영입전략을 설계하는 것 중 인재의 신념과 가치관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재의 신념을 컬처 핏(Culture Fit)이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문화와 신념이 부합한다면 조직 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증대되며 조직 내에서의 조화로운 협업과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어느 조직이든 사람으로 인해 조직의 운명이 바뀌는 교훈은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서도 증명된 바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인재 영입은 매우 중요하다.

삼국지 <삼고초려>의 내용이 회자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 여겨진다. 유비가 훗날 그의 책사로 활동하게 된 제갈량 을 모셔오기 위해 세 번이나 방문하는 정성을 들였다는 내용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여야의 가장 큰 행보는  총선을 위한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권자들인 국민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일차적인 선거의 전략으로 여기는 것이다. 인재 영입은 지난 총선 때도 그전 선거에서도 중요한 일중 하나였다. 그런데 수많은 인재들을 영입해 인물이 넘쳐 날 텐데 때만 되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당시는 인재였는데 국회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더 이상 인재로서 쓸 만한 가치를 상실해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남귤북지 귤화위지”(南橘北枳 橘化爲枳)가 생각난다. 회수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사람 또한 자란 환경에 따라서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인재를 영입하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으나 무엇보다도 그 인재들이 활동하는 토양이 변하지 않으면 좋은 종자를 찾기 위한 인재영입의 소모전은 반복될 것이라 생각된다.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는 선거 전략도 중요하지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토양의 지형을 바꾸어 가는 근본적인 정치판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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