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논설주간. 경영학 박사

새해가 밝아 왔다. 지난 한 해는 그 어느 해 보다 다사다난했다.

정치적으로도 정권은 바뀌었지만 절대적인 숫자의 우위를 점한 야당의 국회는 견고한 성처럼 여겨졌고 숫자의 열세인 여당은 수성의 전략을 세울 겨를도 없이 맥없이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정권이 바뀐 지 2년이 넘었지만 야당의 입장에서는 대통령만 바뀌었지 정권을 내줬다는 불편함 보다 정부의 입장에 대하여 간섭할 수 없는 부분이 억울할 듯 싶고 정권을 창출한 여당의 입장에서는 정권은 가져왔지만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자괴감으로 속을 끓였을 것이다.

여당답지 못한 태도와 야당의 숫자 우위에 의한 힘겨루기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도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양당의 ‘반대를 위한 억지 부리기’식의 대응에 국회활동에서 정책은 실종되고 그저 자신들의 입장과 생각에 충실한 정치행위만 존재 했었다.

정치의 묘미는 타협과 적당한 선에서 주고받는 미덕도 있어야 하는데 그저 죽자 살자 양측의 당리당략에 의한 꼼수만 보여진 듯하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정치사의 수많은 경우를 보도 듣고 겪어온 전력이 있다. 포악한 지도자를 만나 인권을 유린당한적도 있고 존재감 없는 그저 그런 지도자를 만나서 심신이 피폐한 중에도 꿋꿋하게 살아온 저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는 숫자에 열세한 집권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봐왔고 거대 야당의 몽니 같은 정치 편력도 지켜봤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있을 4월 총선에 대하여 경계의 조바심을 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겪어본 경험과 터득한 지혜를 통해 더 이상 정치적인 변화에 기대를 하거나 승부수를 던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지각 있는 국민들이 알고 있는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변화에 의해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의 세상이 약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다수결에 의해 통치자가 정해지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맹신하는 그런 생각을 갖지 않는다. 

당리당략 이기적인 정쟁으로 인한 의회주의의 폭거가 발붙일 수 없는 세상, 약육강식의 논리가 더 이상 합리화 되지 않는 그런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세상은 표면적인 정치질서의 재편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민주국가의 기반에 충실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변화의 핵심에 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각 방식이다. 

정치는 정치인 개개인의 생각과 이해관계 중심을 바탕에 둔 통치 행위 일 뿐이다. 정치인은 그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 역할을 맡은 국민의 한 사람 일 뿐이다. 국가와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봉사한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자신감 일뿐이다. 

권력을 누리고 정치인이라는 보호막 속에 한시적인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정치를 하는 당신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도 정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본질이 변하지 않은 채 틀만 바뀐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에 기대어 변화를 바라는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나 특정 권력의 힘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치인의 지각없는 언행들로 인해 상처로 남겨진 분열과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 잘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네 탓이라는 이기적 사고에서 “내탓 네덕”이라는 자기희생이 수반돼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팬덤의 편 가르기와 구시대적 이념 의식화의 대립으로부터 자유 할 수 있어야 한다. 세기를 넘게 지배해 온 지역감정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2024년 올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정립해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치에 대한 우리의 지나친 관심과 정치인 그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좋은 사회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각자에 주어진 일과 역할에 충실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우리는 위대한 국민들이고 투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유권자들이다.

정치가 세상을 변화시켜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우리가 깨끗하고 바른 정치인을 선택하여 상식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며 좋은 세상이라 여길 수 있는 그런 정치의 기반을 만들어 보자.

정치보다 국민이 우선인 그런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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