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사진 윤재천기념사업회 제공

[윤재천 수필 ㉙-5]

첼로의 거장(巨匠) 로스토로포비치가 그의 제자 첼리스트 장한나에게 공식에 얽매이지 말고 “네 스스로의 음악세계를 열어가라”고 제시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미술 분야도 전통적인 화가는 팔레트에 물감을 풀어 붓으로 그리지만,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은 커다란 캔버스 위로 물감을 흘리고, 끼얹고, 튀기면서 몸 전체로 그림을 그리는 ‘액션 페인팅’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이 시대 젊은 작가로 제2의 백낙준을 꿈꾸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도 쏟아져 나오는 기술을 가지고 작품의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창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기의 르네상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정신으로 예술과 과학이, 구별이 없었던 시대와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전통 수필가의 비판에 굴하지 않고, 그 비판의 흐름에 수필관(隨筆觀)을 맡기고 싶습니다. 예술철학은 시공을 초월한 무한한 마그마이기에, 정답이 없습니다. 예술성에서 벗어나 습관적인 긁적거림이나, 인위적 욕심으로 글을 쓴다면, 능력을 지닌 작가라 해도 잡초에 가까운 작품을 보여주게 됩니다.

작가는 카오스 속에서도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줄 알아야 하고 청청한 바다를 바라보고 하늘도 쳐다보며, 응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 얼마 전에 발간한 ‘수필 아포리즘’에도 수필 이론을 함축적으로 제시, 도전과 몰입-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만이 수필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나의 말에 공감이 오지 않으면 마음으로 들으세요.

부처님도 수많은 법문을 내렸으나, 한 마디도 중생에게 각인시키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생이 부처님의 마음을 읽어내고, 법문 속으로 들어가서 탐구해야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추구하는 수필관도 독자가 내 이론에 몰입하며 이해하게 될 때, 영혼으로 빚어진 내밀의 고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작가의 고뇌와 진통이 뒤따르면 가능한 일입니다.

종소리로 인해 번뇌가 깨이고 그 깨달음 자체가 허공을 메운다는 말이 있듯, 나와의 만남에서 파생되는 이론과 작품을 함께한 이들에게 나름의 발상전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의 수필문학과 미래의 수필문학을 위해 새로운 입지를 세울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지금은 창의력과 변화, 상상력과 도전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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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 윤 재 천

경기도 1932년 안성출생, 전 중앙대 교수, 상명여대 교수 등 ‌한국수필학회 회장, ‘현대수필’ 발행인, 한국문인협회 고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등 저 서 수필문학론, 수필작품론, 현대수필작가론, 운정의 수필론 수필집 ‌ ‘구름카페’, ‘청바지와 나’, ‘어느 로맨티스트의 고백’, ‘바람은 떠남이다’, ‘윤재천 수필문학전집’(7권), ‘퓨전수필을 말하다’, ‘수필아포리즘’, ‘구름 위에 지은 집’ 등 수 상 ‌ 한국수필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상, 올해의 수필가상, 흑구문학상, PEN문학상, 조경희 문학상, 산귀래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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