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사진 윤재천기념사업회 제공

[윤재천 수필 ㉜]

수필 문학의 생명은 삶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중후함에 있다.

삶을 관조하는 안목으로 선택된 소재를 응시하며 자기만의 언어를 통해 피력될 때 바람직한 글이 된다.

평범한 소재라 하더라도 그 핵심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며 독특한 철학으로 무장될 때 독창성 있는 글이 된다. 서정수필의 바탕이 되고 있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베이컨–서구의 지성수필과 합류하는 글을 쓸 때 보다 더 격조 높은 수필이 된다.

시는 은유나 이미지, 소설은 플롯의 작중 인물을 통해 글이 형성된다면, 수필은 그 기법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미학적 문제를 간과해선 곤란하기 때문에 백지 앞에 마주하는 순간 문학성이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학적 문제는 문학과는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본질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제시했듯, 예로부터 명작들은 그 어떤 ‘갈증’과 ‘결핍’이 뿌리가 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 시대의 결핍이 그 시대에 맞는 것을 창조하며 발명해 내듯, 글을 쓰는 사람도 무의식 속에 무언가를 채우려는 정체불명의 욕구가 꿈틀대야 한다.

팝 아트의 선구자 엔디 워홀의 작품처럼, 그 꿈틀거림은 늘 새로운 것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자체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며 독자와 일치감을 이뤄갈 때 향기 있는 글로 나타난다.

두 눈에 보이는 실상을 부각하면서도, 남과 다른 사유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도 시선을 돌리며 낯섦의 철학과 마주해야 한다. 사실을 전하는 일에만 급급하지 말고, 그에 근간이 되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간과하지 않고 글을 쓰는 문학회가 ‘현대수필문인회’라고 생각한다. 스물여섯 번째 발간되는 ‘청색시대’는 107명의 수필가들이 향기를 내뿜으며 동참하고 있다. 이 현상은 문인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그리고 회원들이 상호간에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 산물이다.

겨울을 극복하며 견뎌낸 복수초가 얼음을 뚫고 꽃을 피워내듯, 회원들의 향기 밴 글쓰기 열정은 이번 발간되는 ‘청색시대’를 통해서도 느끼게 한다.

앞으로도 더욱 문학의 향기가 나는 글을 쓰는 문인회가 되길 바라며, 제26회 청색시대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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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 윤 재 천

경기도 1932년 안성출생, 전 중앙대 교수, 상명여대 교수 등 ‌한국수필학회 회장, ‘현대수필’ 발행인, 한국문인협회 고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등 저 서 수필문학론, 수필작품론, 현대수필작가론, 운정의 수필론 수필집 ‌ ‘구름카페’, ‘청바지와 나’, ‘어느 로맨티스트의 고백’, ‘바람은 떠남이다’, ‘윤재천 수필문학전집’(7권), ‘퓨전수필을 말하다’, ‘수필아포리즘’, ‘구름 위에 지은 집’ 등 수 상 ‌ 한국수필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상, 올해의 수필가상, 흑구문학상, PEN문학상, 조경희 문학상, 산귀래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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