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호 국장
▲정철호 국장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중악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

여러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라,

여러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라.  -논어15편 위령공-

윤석열 정부가 전공의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의대정원 증원을 시대적 필연이라고 양보할 틈이 없는 가운데 민심은 이에 동의를 하는 듯 윤 정부의 지지률이 올랐다. 더불어 민주당은 공천 명단에서 이른바 '비명'계 현역 국회의원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사당화시키며 차기 대선 주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재판의 결과나 총선 후 결과에 대한 방책의 일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보이는 독단적 행보만큼이나 독선적인 모습을 이재명 대표의 당 운영에서 목격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심판 대상인데 이재명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푸념하거나, '이재명이 진짜 원흉인데 윤석열이 개혁할 줄 알았더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가슴을 치며 정치판이 바뀌기를 기대하던 국민들은 제3지대의 탄생도 미덥지 못하게 생각하는 듯싶다. 참으로 시대적 변화를 준비치 못한 불행한 정치판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 것인가?

한국 사회의 불행은 중대한 역사적 시점에 양대 정당 모두 가장 이상한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게 된 데 있다. 국정을 통해서든 당정을 통해서든 권위주의적 리더십 밖에는 보여줄 수 없는 인물들이 2024년 시점에 한국 정치에서 양대 정당의 최고위직을 차지한 것은 한국 정치 자체의 구조와 논리가 낳은 결과로 '사람'이 문제가 아니고 현재 대한민국 정치 '체제'가 문제이고 혼돈기이다.

5공화국 이후 계속 진화해 온 ‘정치 체제'가 문제이며, 이 체제의 정점에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제'에 있는데 결선투표제가 없는 한국형 대통령제이다. 사실 지금 양대 정당이 보이는 모습은 제6공화국이 막 시작될 무렵에 정당들에서 나타난 모습과 비슷하다고 한다. 지금은 외부 인사로 채운 공천관리위원회라도 만들어 '공(公)'천 흉내라도 내지만, 3김씨가 각 당을 이끌던 시절에는 '총재'가 공천을 비롯한 만사를 다 결정했었다. 

양 당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자기 당의 유일한 현재 대선 주자에게 권력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 다음번 대선 정치 체제의 중심인 '대통령' 자리를 수호, 탈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24년 대한민국 총선은 정책 경연장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팬데믹 종료로도 끝나지 않은 복합위기에 맞서기 위해 한국 사회를 뒤늦게나마 어떻게 재편할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될 수 없음을 보고 있다. 오직 3년 뒤의 승리를 위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싸움으로 더 나은 조직 형태가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180석이었던 야당이 별다른 입법 활동을 하지 않은 사례나 윤석열 정부가 야당의 일방적 통과시킨 법안에 매번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에서 보듯이, 입법 기능 자체가 양대 정당의 권력 투쟁 수단이 되어 버렸다. 국회가 제 기능을 안 하니 결국 국민은 입법 통로를 원천 봉쇄당하는 꼴이고, 사실상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있다. 또한 정당 역시 시민사회의 여러 집단을 대표하면서 사회 전체의 해법을 찾는데 기여한다는 고유한 기능에서 더욱더 멀어지고 있다. 각 당의 유일한 현 대선 주자에게 당 내 권력을 몰아주는 이성 없는 짐승같이 되어버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기능 장애 상태를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이들을 선택한 국민들 자신이다. 예전 성공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대통령'에 모든 기대를 건다. 이런 눈물겨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이제 한동훈과 이재명뿐만 아니라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까지 등장했다.

세계정세는 얼빠진 자들의 욕심과 종교전쟁과 기후변화로 급변하는 불안정시대이다. 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국민들은 관행과 유전의 구태정신을 벗어던져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정치판을 갈아엎기를 기다리면 안 되는 시대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사실을 이번 총선기회에 깨우치게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대임을 자각해야 하고 얼차려야 한다. 여러분의 선택이 죄(罪)를 지은 자(者)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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